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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심리학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을 읽고 소비적 연애와 헌신 vs 소유의 심리 차이

by 01공일 2026. 2. 26.

 

에리히 프롬이 말한 '사랑은 기술인가?' : 사랑받기 vs 사랑하기

요즘 환승연애 4에서 언급되어 다시 화제가 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사실 심리학에서도 에리히 프롬은 아주 유명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Erich Fromm은 독일 출신의 사회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가로, 인간의 자유·사랑·소유 욕망을 사회 구조와 연결해 분석한 인물입니다. 그는 전통적 프로이트 이론이 개인의 본능에 초점을 둔 것과 달리, 인간 성격이 경제 체제와 문화 환경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고 보았습니다.
Erich Fromm의 대표 저서 사랑의 기술은 사랑을 감정이 아니라 ‘능력’으로 정의합니다. 원제 The Art of Loving은 명사형 사랑이 아니라 ‘사랑하기’라는 행위에 초점을 둡니다. 프롬은 현대인이 사랑을 배우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사랑받을 것인가”에 집중한다면서요. 그는 사랑을 기술로 봅니다. 기술이라면 훈련, 집중, 인내,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은 자신을 하나의 상품처럼 관리하고 더 나은 외모, 조건, 학벌, 직업을 갖추면 더 가치 있는 연애 시장에서 선택받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때 사랑은 상호 성장의 과정이 아니라 조건 교환이 되고 프롬은 이를 실존적 고독의 문제와 연결했습니다. 인간은 고립을 두려워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타인과 결합하려 하지만 성숙하지 못한 결합은 의존이나 소유로 흐릅니다. 그러므로 미성숙한 사랑은 “당신이 필요해서 사랑한다”이고, 성숙한 사랑은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이 필요하다”가 되겠네요. 전자는 결핍 보상이고, 후자는 능동적 선택인 것입니다. 

 

현대 연애는 왜 소비적 관계가 되었는가

프롬은 이미 1956년에 현대 연애가 시장에 원리에 따라 소비될 것을 예견했습니다. 현대인은 자기 자신과 타인으로부터 소외되며, 관계 또한 시장 원리의 영향을 받습니다. 오늘날 데이팅 앱, 스펙 비교, 이상형 필터링 문화는 이를 더 가속화시켰고 사람은 더 이상 만남의 대상이 아니라 ‘옵션’으로 전락시켰습니다.
 현대 연애의 소비적 특성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교환 가치 중심 평가입니다. 안타깝게도 외모, 직업, 자산, 사회적 지위가 사랑의 전제 조건이 됩니다. 둘째, 감정의 즉각성 추구입니다. 강렬한 설렘을 사랑으로 오해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셋째, 대체 가능성의 상시 인식입니다. 더 나은 조건의 사람이 나타나면 관계를 쉽게 종료해 버리지요.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를 불안 회피 전략이라 부릅니다. 깊은 헌신은 상실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피하려는 것이지요. 반면 소비적 관계는 통제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체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이런 구조에서는 진정한 친밀감이 형성되기 어렵겠죠? 관계 만족도 연구에서도 교환적 관계 인식이 강할수록 장기적 만족도는 낮아지는 경향이 보고됩니다. 
프롬이 말한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생산적 활동입니다. 생산적 사랑은 배려, 책임, 존경, 지식을 포함합니다. 특히 ‘존경’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능력입니다. 이는 나의 결핍을 채우는 도구로 타인을 사용하는 태도와 정반대에 이며, 우리가 사랑을 할 때 반드시 추구해야 하는 가치 중에 하나입니다. 

 

헌신 vs 소유: 관계를 결정짓는 핵심 차이

소유 중심 사랑은 불안을 기반으로 합니다. 상대가 나를 떠날까 봐 통제하려 하고, 상대의 관심을 독점하려 합니다. 질투와 집착은 이 구조에서 자연스럽게 발생됩니다. 관계의 초점은 그저 ‘내가 얼마나 확보했는가’에 있는 것이지요. 
반면에 헌신 중심 사랑은 선택의 반복입니다. 헌신은 감정의 강도가 아니라 의지의 지속성이라 볼 수 있습니다. 프롬은 성애조차 결단과 약속을 포함하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헌신은 상대를 독립된 존재로 인정하면서도 관계를 유지하려는 의식적 노력입니다.
또한 프롬은 자아도취를 사랑의 가장 큰 장애물로 보았습니다. 나중에 다뤄볼 나르시시즘과도 연결되는 부분인데요. 자아도취는 자신의 욕망과 불안에 따라 타인을 해석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 나에게 유리한 존재인지 판단하는 겁니다. 헌신은 이 자아도취를 줄이고 객관성을 키우는 과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소비적 연애는 안정감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큰 불안을 낳습니다. 조건은 언제든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헌신은 위험을 감수하지만, 깊은 연결을 만들어 냅니다. 참 중요하지요. 프롬의 관점에서 사랑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입니다. 얼마나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가, 그리고 상대를 소유가 아닌 독립된 인격으로 존중할 수 있는가가 관계의 질을 결정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현대 연애가 소비적으로 변한 이유가 단순히 자본주의 영향 때문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더 근본적인 변화는 ‘관계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있습니다. 과거보다 개인의 선택권은 확대되었지만, 동시에 책임 회피도 쉬워졌습니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발생하는 갈등, 조율, 자기 수정의 과정은 많은 에너지를 요구합니다. 반면 소비적 관계는 감정이 식으면 종료하면 되거든요. 이때 사랑은 지속적 훈련이 아니라 순간적 경험으로 축소됩니다.
또한 헌신을 부담으로 인식하는 문화도 영향을 미칩니다. 헌신은 자유의 상실로 오해되기 쉽거든요. 그러나 프롬이 말한 헌신은 구속이 아니라 ‘의식적 선택의 지속’에 가깝습니다. 자유로운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헌신입니다.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도 계속 선택하는 행위가 관계를 깊게 만듭니다.
 저는 결국 사랑의 수준은 감정의 강도가 아니라, 불안을 견디는 능력에서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소유 중심 관계는 불안을 통제하려는 방식이고, 헌신 중심 관계는 불안을 인정하면서도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입니다. 전자는 안전해 보이지만 취약하고, 후자는 위험해 보이지만 안정적입니다. 프롬이 말한 사랑의 기술은 결국 감정을 키우는 방법이 아니라, 불안을 다루는 능력을 기르는 과정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네요.

 

 

2026.03.07 - [관계의 심리학] - "왜 내 사랑은 늘 제자리일까?" 에리히 프롬이 말하는 진짜 사랑법

 

"왜 내 사랑은 늘 제자리일까?" 에리히 프롬이 말하는 진짜 사랑법

우리는 흔히 운명적인 상대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꿈을 꿉니다. 하지만 이전에 우리가 함께 살펴보았듯, 에리히 프롬은 냉정하게 일침을 가합니다. "사랑에 빠지는 건 쉽다. 하지만 그 사랑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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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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